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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카르도 아킬레 칼리스토는 고민이 깊었다.

  돌아오는 수요일이 무려 애인의 생일이기 때문이었다. 1년에 한 번 뿐인!

  기왕이면 '깜짝'이라는 수식어가 붙는 것들(깜짝 선물, 깜짝 이벤트, 깜짝···, 하여간.)을 곱게 모아 안겨주고 싶었으나 자신 없었다. 저는 무엇인가를 숨기는 데에는 절망적으로 재주가 없었고 요 며칠 밤낮으로 고뇌에 빠진 모습을 보였으니, 관찰력이 좋은 서진은 제게 꿍꿍이가 있다는 사실을 이미 알아챘을지도 모른다. 벌써 어제만 해도 잔뜩 구겨진 제 미간을 걱정스레 펴주며 머리가 아프시냐, 혹시 요즘 고민이 있으시냐, 물었었다. 고민! 당연히 있지!

  하지만 눈치를 챘다면 뭐 어떻단 말인가. 귀여운 반려는 제가 깜짝 축하라고 우기면 장단을 맞춰줄 것이다. 그렇다고 콩이 팥이 되지는 않겠지만 아무렴.

 

  아니, 아니다. 어쩌면 근래의 제 수상한 언행과 본인의 생일을 아예 연관 짓지 못 할 수도 있었다. 서진은 받는 쪽보다 주는 쪽을 익숙해했고, 반대로 누군가 자신을 그렇게나 신경 쓸 거라고는 상상도 못 하는 것 같았다. 요즘은 많이 나아졌다만. 혀를 한 번 쯧, 찬 리카르도가 손바닥만 한 스케줄러를 펼쳤다.

  4월 14일.

 

  비장한 눈으로 숫자를 노려보다가 마구 동그라미를 쳤다. 준비할 것이 산더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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