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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진에게.
생일 축하한다.
다른 안부 인사보다도 이 말을 가장 먼저 쓰고 싶었어. 모름지기 축하란 가장 빨리 건네는 편이 좋지 않겠나? 어차피 이 짧은 편지는 얼굴을 마주하고 건넬 것이니 음성으로도, 활자로도 네게 가장 먼저 축하 인사를 선사하는 사람은 내가 되겠지. 아주 뿌듯해. 이런 것에서까지 처음을 욕심내는 꼴이 우습기도 하지만 이해해줬으면 한다. 네가 세상에 난 날이 아니냐. 1년에 단 하루 뿐인.
일주일 전부터 모든 것을 준비해놓고 네 생일이 얼른 다가오길 기다렸어. 이틀 쯤 전이 되니 좀이 쑤셔 도저히 참을 수가 없더군. 너는 눈치가 빠르니 내가 꼬리에 불 붙은 개처럼 구는 꼴을 모두 보았을 거야. 어때, 이유를 알게 되니 마음이 놓이나? 이 일주일 간 내 고민의 대상은 너였어.
이것저것 꾸려놓긴 했는데 네 마음에 들지는 모르겠다. 너는 여기까지 읽으면 '보스가 주시는 것이라면 뭐든 좋아요' 라고 생각하겠지? 기쁜 일이지만 너는 조금 더 오만한 응석받이가 될 필요가 있어. 네 진심을 의심하는 건 아니야. 받는 편에 서는 것이 익숙해지면 좋겠다는 이야기지. 각오해. 이건 시작에 불과하고, 앞으로 뭐든 넘칠 만큼 네게 안겨줄 테니까.
다시 한 번 생일 축하한다. 태어나서 내게 오느라 수고했고 고맙다. 사랑해.
4월 14일,
너의 연인. 리카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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