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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니스 본사 건물로 가는 길목에는 꽃집이 하나 있었다. 겨우 한 블록 떨어진 거리에 마피아 패밀리의 본거지가 있음에도 상관 없다는 양 평화롭고 아기자기한 모양새였다. 주인의 솜씨가 좋은지 그 꽃집에서 나오는 사람들의 손에는 늘 예쁜 화분이며 꽃다발이 들려있었는데 리카르도는 이를 어렵지 않게 기억해낼 수 있었다.

  서진의 생일까지 앞으로 일주일. 꽃은 시간이 지나면 숨이 죽고 이내 시들어버리니, 꽃다발이 완성되는 것은 가장 마지막 순서여야 했다. 예약을 해두는 편이 나을 테지.

  다발로 엮일 꽃은 역시 장미가 좋은가? 아니면 언젠가 가만히 앉아있는 연인과 닮았다고 느낀 파란 수국도 좋을 성싶었다. 그의 탄생화인 흰 나팔꽃도 넣어야 하는데. 여기까지 생각한 리카르도는 제 얼굴과 종이를 동시에 구겼다. 이럴 수가! 자신이 이렇게 우유부단하다고 느낀 적은 처음이었다!

  아니다. 보고 결정하면 되겠지. 머리는 갈 길을 잃고 헤매지만 뭐가 예쁜지 알아볼 눈은 잘 달려있으니. 자리를 박차고 일어난 리카르도가 사무실을 나섰다.

 

*

 

  꽃집이 카니스 건물 코 앞에 있는 만큼, 선물 때와는 다르게 주의를 기울여야 했다. 식물과는 연이 없던 상사가 뜬금없이 꽃집에 들르는 것을 수상히 여길 조직원들과 마주치지 않기 위함이었다. 여차하면 기절시키든가, 입막음이라도 해야지. 살벌한 플랜B를 떠올린 리카르도가 가볍게 어깨를 긴장시켰다. 출근길 정물처럼 서 있던 꽃집 문을 당겨 열었다.

 

  "어서 오세요."

 

  카운터 뒤에 앉아 리본을 자르던 주인이 일어서며 인사를 건넸다. 가게 안은 온갖 꽃으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한가득 놓인 장미도, 파란 수국도, 천장을 타고 늘어진 흰 나팔꽃 덩굴도 빙글빙글 돌며 제 시야를 점령했다. 연인의 선물을 산다고 생각하니 긴장한 탓일까? 누구에게든 꽃을 줘 본 적이 있어야지. 향기로 가득 찬 공기를 한 번 들이쉬었다. 가벼운 눈인사를 하고 입을 열었다.

 

  "4월 13일에 꽃다발 하나 예약하려고 합니다."

 

  존댓말은 참으로 오랜만이었으나 입 밖으로 나오는 말은 매끄러웠다. 상냥한 인상의 꽃집 주인은 따로 생각해둔 꽃이 있느냐, 물었다.

 

  제가 대답 대신 가리킨 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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